요즘 집들은 과거에 비해 수납이 부족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붙박이장, 팬트리, 시스템 수납, 다용도실까지. 도면만 보면 ‘이 정도면 충분히 깔끔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실제로 살아보면 이상하게 집은 늘 어수선합니다. 물건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서랍을 열면 한숨부터 나오며, 분명 치웠는데도 금세 다시 어질러지곤 합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탓합니다. “내가 정리를 못해서 그래”, “게을러서 그런가 봐”, “미니멀 라이프는 나랑 안 맞아” 같은 생각 말입니다. 하지만 풍수적 관점에서 보면, 그리고 현대 공간심리학의 시선으로 보더라도 문제의 핵심은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집의 구조와 흐름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수납이 많아도 정리가 안 되는 집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간이 아니라 ‘흐름’의 문제
풍수에서 말하는 ‘정리’는 단순히 깨끗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가 머무르고, 이동하고, 순환하는 방식과 깊이 연결된 개념입니다. 수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리가 되지 않는 집에는 공통적으로 기와 동선, 시선, 생활 리듬이 어긋난 구조가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왜 그런 일이 반복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집의 공통점을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수납의 ‘양’은 충분한데, 위치가 틀어진 집
수납이 많아도 정리가 되지 않는 집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문제는 수납의 절대량이 아니라 위치입니다. 우리는 흔히 “수납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풍수에서는 수납의 개수보다 어디에 있고, 무엇을 담도록 설계되었는가를 훨씬 중요하게 봅니다. 예를 들어 현관에 신발장은 충분하지만, 외출에 필요한 가방이나 우산, 택배 상자를 둘 공간이 애매한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결국 가방은 식탁 의자에 걸리고, 우산은 현관 바닥에 놓이며, 택배는 거실 한쪽에 쌓입니다. 수납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활 동선과 수납 위치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풍수적으로 보면 이는 ‘기입구’인 현관에서 기가 정체되거나 흩어지는 전형적인 구조입니다. 필요한 물건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공간은 자연스럽게 혼란스러워지고 시선은 계속해서 방해를 받습니다. 시선이 끊기는 공간은 곧 심리적 피로를 유발하고, 정리할 의욕 자체를 떨어뜨립니다. 또 다른 예는 거실 수납입니다. 벽면 가득 수납장이 있지만, 실제로 자주 쓰는 물건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고, 반대로 잘 쓰지 않는 물건이 눈에 잘 띄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 등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리를 해도 ‘정리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풍수에서 말하는 '보이는 기'와 '실제 사용하는 기'가 어긋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가 되지 않는 집은 대부분 수납이 생활을 따라가지 못하는 집입니다. 공간은 있는데 흐름이 없고, 칸은 많은데 용도가 불분명합니다. 이런 집에서는 아무리 정리법을 바꿔도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수납이 ‘임시 저장소’로 변해버린 공간
두 번째 공통점은 수납이 더 이상 ‘정리의 종착지’가 아니라 임시 피난처가 되어버린 집입니다. 겉보기에는 깔끔하지만, 서랍 하나만 열어도 물건이 뒤엉켜 있고, 수납함 안에는 용도를 잃은 물건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면 이 유형에 해당합니다. 풍수에서는 이를 죽은 기(死氣)가 쌓인 상태라고 표현합니다. 사용되지 않는 물건, 결정을 미룬 물건, 버릴지 말지 고민만 하다 밀어 넣은 물건들은 공간의 흐름을 느리게 만듭니다. 기는 ‘움직임’과 ‘의미’를 통해 살아 있는데, 의미를 잃은 물건이 많아질수록 공간은 무거워집니다. 이런 집의 특징은 정리 후에도 금세 다시 어질러진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수납이 ‘분류의 끝’이 아니라 ‘판단의 유예’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넣어두자”, “나중에 정리하자”라는 말이 반복될수록 수납공간은 점점 숨 쉴 틈을 잃습니다. 특히 팬트리, 다용도실, 베란다 수납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원래는 집의 기를 보조하고 완충하는 공간이지만, 관리되지 않으면 오히려 혼탁한 기를 저장하는 창고가 되는 것입니다. 풍수에서 창고는 반드시 ‘닫힌 공간’이어야 하고, 내용물이 명확해야 한다고 봅니다. 애매한 물건이 많을수록 집 전체의 에너지 판단력도 흐려집니다. 결국 수납이 많아도 정리가 안 되는 집은, 물건보다 미뤄둔 결정이 많은 집입니다. 정리는 물건을 치우는 행위가 아니라, 지금의 삶에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집의 중심이 흐트러진 구조, 수납이 기를 막는 경우
마지막 공통점은 집의 중심축이 불분명하거나, 수납이 오히려 기 흐름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입니다. 특히 요즘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납형 가구 과다 배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거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수납장, 동선을 막는 대형 수납 가구, 창가를 완전히 막아버린 붙박이장은 공간 활용 면에서는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풍수적으로는 기 순환을 끊는 구조가 되기 쉽습니다. 기는 사람의 이동 경로와 시선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데, 그 길목을 막는 수납은 공간을 답답하게 만듭니다. 이런 집에서는 “정리해도 숨이 막히는 느낌”, “집에 있어도 쉬는 기분이 안 든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공간이 계속해서 ‘정체된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납이 많아질수록 집은 무거워지고, 사람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정리해야 할 대상으로 느껴집니다. 풍수에서는 집의 중심을 비워두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중심은 비워질수록 기가 순환하고, 주변 공간이 살아납니다. 그런데 수납을 늘린다는 이유로 중심을 채워버리면, 집 전체가 ‘보관소’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가족 간의 대화 감소, 머무는 시간의 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정리가 되지 않는 집은 물건이 많아서가 아니라, 집이 사람보다 물건을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가 안 되는 집은 ‘의지가 약한 집’이 아니라 ‘흐름이 막힌 집’
수납이 많아도 정리가 안 되는 집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수납이 생활을 따라가지 못하고, 결정을 미뤄둔 물건이 쌓이며, 공간의 흐름과 중심을 막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집이 보내는 구조적 신호에 가깝습니다. 풍수에서 정리는 단순한 청소나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공간과 삶의 리듬을 맞추는 작업입니다. 무엇을 가지고 있고, 어디에 두며, 어떻게 쓰는지를 다시 묻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래서 정리가 잘 되는 집은 늘 완벽하게 깨끗한 집이 아니라, 물건과 사람의 관계가 명확한 집입니다. 만약 수납은 충분한데 늘 집이 어수선하다면, 더 많은 수납을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질문해 봅시다. “이 물건은 내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이 수납은 나를 돕고 있을까, 판단을 미루게 하고 있을까?”. 그 질문 하나가, 집의 기를 다시 흐르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